니파 바이러스(Nipah Virus)에 대한 종합 정보
1. 바이러스의 기원과 생물학적 특성
니파 바이러스(Nipah virus, NiV)는 파라믹소바이러스과(Paramyxoviridae)에 속하는 음성 단일가닥 RNA 바이러스로, 헤니파바이러스속(Henipavirus)에 속한 종이다. 자연계에서 과일박쥐(날여우박쥐과, Pteropodidae 과)에 의해 보유되는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로 확인되었으며, 사람뿐 아니라 돼지, 양, 염소, 말, 개, 고양이 등 다양한 포유류를 감염시킬 수 있는 폭넓은 숙주 범위를 가진다. 이 바이러스는 지질 외피를 가진 구형 또는 사상형 입자를 가지며, 뉴클레오캡시드(N), 인 단백질(P), 매트릭스(M), 융합단백질(F), 부착단백질(G) 및 중합효소(L) 등 6개의 구조단백질을 암호화한다. _니파_라는 이름은 최초 분리된 말레이시아 숭가이니파(Sungai Nipah) 마을의 지명에서 유래하였다.
니파 바이러스는 두 계통으로 유전적 아형이 구분되는데,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된 계통(NiV-M)과 방글라데시/인도에서 분리된 계통(NiV-B)이 이에 해당한다. 두 바이러스는 유전체 상 동질성이 92% 이상이지만 임상 양상과 전파 양상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인도 계통(NiV-B)은 호흡기 침범이 더 두드러져 사람 간 전파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말레이시아 계통(NiV-M)은 주로 뇌염 증상이 중심이 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숙주 세포에서 니파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의 Ephrin-B2*와 *Ephrin-B3 단백질을 수용체로 이용해 침투하는데, 이들 수용체가 다양한 포유류에서 발현되기 때문에 니파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숙주 감염 범위를 설명해준다.
니파 바이러스는 인간과 가축에게 치명적인 급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초기 발견 후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식 승인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파 바이러스는 높은 치명률과 인간 간 전파 가능성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연구개발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일명 R&D 블루프린트)에 포함되어 있어 국제적인 경계와 연구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이러스는 생물안전 4등급 병원체로 분류되어 있으며, 실험실에서의 취급이나 환자 치료 시 고도의 격리와 생물안전 조치가 요구된다.
2. 최초 발병 사례 및 주요 감염 사례 (국가별)
니파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 감염은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인식되었으며, 이후 방글라데시, 인도, 필리핀, 싱가포르 등지에서 산발적 또는 주기적인 발병이 보고되었다. 아래에서는 국가별 주요 발생 사례와 그 양상을 정리한다.
-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1998~1999년):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 반도지역의 돼지 농장에서 원인불명의 뇌염 및 호흡기질환 집단발병을 통해 처음 확인되었다. 이 유행으로 말레이시아에서 265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105~108명이 사망하였으며, 감염원으로 지목된 돼지 약 10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다. 인접 국가 싱가포르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입된 돼지를 도살 처리하던 작업자들에게 전파되어 11명의 환자와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의 첫 유행은 돼지를 통한 인수공통전염 양상을 보였고, 이후 말레이시아에서는 더 이상의 니파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 방글라데시 (2001년~현재): 방글라데시에서는 2001년 처음으로 니파 바이러스에 의한 뇌염 환자가 보고된 이래 거의 해마다 소규모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주요 전파 원인은 감염된 과일박쥐의 체액으로 오염된 야자수 수액(raw date palm sap) 섭취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겨울철에 채취하는 생야자 수액 문화와 관련이 깊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총 300여 명 이상의 니파 환자가 확인되었고 그 중 약 70%가 사망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와 높은 치명률을 보였다. 특히 2004년과 2010년 등의 유행에서 사람 간 전염 사례가 보고되는 등 가족 및 의료진으로의 2차 전파가 발생하여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3년 초에도 방글라데시에서는 11명의 환자(확진 10명, 추정 1명) 중 10명이 사망하였고, 이들의 91%가 생야자 수액 섭취 이력이 있을 정도로 식품 매개 감염 특징을 보였다.
- 인도 서벵골 (2001년, 2007년):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접한 인도 서벵골주에서도 니파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2001년 시릴구리(Siliguri) 지역에서 66명의 뇌염 환자가 발생하고 45명이 사망하는 첫 유행이 보고되었다. 이 중 다수가 병원 내 전파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과 병문안 방문객 등이 2차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 2007년 서벵골 나다(Nadia) 지역에서도 소규모 유행이 재발하여 5명의 환자가 모두 사망한 바 있다. 서벵골 지역 유행의 원인 역시 오염된 과일이나 수액을 통한 박쥐→인간 전파로 추정되며, 이후 가족 간 밀접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전염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 인도 케랄라 (2018년~2024년): 인도 남서부 케랄라주에서는 2018년 첫 니파 바이러스 유행이 발생하였다. 2018년 5월 케랄라의 코지코드(Kozhikode)와 말라푸람(Malappuram) 지역에서 23명의 환자가 확인되었고 이 중 21명(91%)이 사망하는 높은 치명률을 보였다. 케랄라주 보건당국은 신속한 격리와 접촉자 추적을 통해 추가 확산을 막았으며, 이후 2019년에 보고된 1명의 환자는 적시에 치료되어 생존하였다. 그러나 2021년 9월에 12세 남자 어린이가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가 다시 발생했고, 2023년 8월~9월에도 코지코드 지역에서 6명의 확진환자(사망 2명)가 발생하여 지역 봉쇄조치와 대규모 검사가 실시되었다. 2024년 7월에는 코지코드에서 14세 소년이 감염되어 사망하는 등 케랄라에서는 5년 간 총 5차례 산발적 유행이 보고되었다. 인도 당국은 매년 니파 감시를 강화하고 발병 시 지역 봉쇄, 학교 폐쇄, 밀접접촉자 격리 등의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 필리핀 (2014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는 2014년에 특이한 니파 바이러스 유행이 발생하였다. 필리핀 유행은 돼지가 아닌 **말(馬)**을 중간숙주로 한 점이 특징인데, 술탄 쿠다랏(Sultan Kudarat) 지역의 마을에서 먼저 말들이 신경증상으로 집단 폐사한 후 해당 말의 고기를 취급하거나 섭취한 주민들에게 감염이 전파되었다. 총 17명의 환자가 확인되었으며 이 중 9명이 사망하여 약 53%의 치명률을 나타냈다. 역학 조사 결과 일부 환자는 병든 말을 도살하고 고기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감염되었고, 다른 환자들은 오염된 말 고기를 먹은 뒤 발병했으며, 사람 간 접촉으로 2차 감염된 환자들도 확인되었다. 필리핀 보건당국과 WHO의 공동 조사에서는 과일박쥐로부터 말이 바이러스를 옮은 경로로 주변 과수원의 과일이나 사료의 오염이 지목되었고, 유행 대응으로 해당 지역의 말 이동 금지와 감염 말 살처분, 주민 대상 위생 수칙 고지가 이루어졌다.
(이 밖에도 태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과일박쥐를 대상으로 한 항체 조사에서 니파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나 유전자 검출 보고가 있으나, 인간 환자 발생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3. 감염 경로 및 사람 간 전파 방식
니파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 다양한 경로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잠복기는 통상 4~14일 정도이지만, 일부 경우 3주 이상 길어져 최대 45일에 이르는 예도 보고되었다. 감염된 환자는 증상 발현 후 최대 약 21일간 바이러스를 배출하여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전파 경로는 다음과 같다:
- 동물→사람 전파: 니파 바이러스는 자연숙주인 박쥐에서 가축이나 야생동물로 먼저 전파된 후 인간에게로 넘어오는 양상을 보인다. 박쥐의 침이나 소변으로 오염된 과일을 가축이 먹거나, 박쥐가 핥거나 빠는 생야자 수액 등을 사람이 날것으로 섭취할 경우 초기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초기 유행에서는 돼지가, 필리핀에서는 말이 이러한 박쥐→가축 전파를 통해 바이러스를 획득한 뒤 매개 숙주 역할을 하여 사람들에게 질병을 옮긴 사례였다. 감염된 동물(돼지, 말 등)의 체액이나 분비물에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 동물의 고기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는 행위도 사람 감염 위험 요인이다.
- 사람→사람 전파: 니파 바이러스는 증상이 발현한 환자로부터 가족 간, 간병인, 의료진 등 밀접 접촉자에게 전파될 수 있다.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 침, 소변, 혈액 등의 체액에 직접 노출될 경우 감염 위험이 있으며, 특히 환자를 간호하는 가족 구성원이나 보호 장비 없이 진료한 의료진 사이에서 전파 사례가 보고되었다.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한 후 병원 내 전파로 추가 환자가 발생한 사례들이 기록되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다만, 코로나19와 같은 공기감염(비말 핵을 통한 에어로졸 전파)에 대한 증거는 제한적이며, 주로 환자 체액에 가까이 노출되는 밀접 접촉 상황에서 전염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 식품 매개 전파: 앞서 언급한 대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품이나 음료를 날로 섭취하는 것도 중요한 감염 경로이다. 특히 날것의 야자나무 수액(지역에서는 타리 음료로도 불림)은 박쥐가 수액을 먹는 과정에서 침이나 배설물로 바이러스를 남길 수 있어 감염 위험이 크다. 방글라데시의 환자들 중 상당수가 겨울철 별미로 생야자 수액을 마신 후 니파 뇌염에 걸졌으며, 주민 대상 캠페인을 통해 “수액은 반드시 끓여 마실 것”이 권고되고 있다. 그 외에 과일박쥐가 먹다 떨어뜨린 과일을 줍거나 제대로 씻지 않고 먹는 행위도 감염원 노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국가별·지역별로 주요 전파 양상에 차이가 있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는 돼지 등 가축 매개 전파가 중심이었고, 방글라데시/인도에서는 오염된 식품 섭취와 사람 간 전파가 두드러지며, 필리핀에서는 말 고기 섭취와 도축 과정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사람 간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 격리, 밀접접촉자 추적 및 검역, 보호구 착용 등의 조치가 중요하며, 동물→사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박쥐 서식지와 가축 사육지의 격리, 과일나무와 축사 간 거리 확보, 식품위생 관리 등이 권장된다.
4. 임상 증상 및 치사율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무증상부터 급성 뇌염에 이르는 다양한 임상 경과를 보일 수 있다. 감염자의 약 10% 내지는 그 이상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경우도 보고되지만, 대부분은 3
14일의 잠복기를 거쳐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 증상으로는 고열, 두통, 근육통(몸살), 구토, 인후통 등이 흔하며, 기침과 호흡곤란 등 가벼운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현기증, 심한 나른함(졸음), 의식 변화 등의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고 급속히 급성 뇌염으로 진행된다. 뇌염으로 진행된 중증 환자에게서는 **발작(경련)**이 발생하거나 24
48시간 내에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며, 이 단계로의 진행은 예후가 매우 불량함을 의미한다. 니파 뇌염 환자의 사망 시점은 대개 증상 발현 후 약 6일째로 보고된 바 있다. 한편 니파 바이러스 방글라데시 계통(NiV-B)에 감염된 환자는 폐렴 등 비정형 폐렴과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을 동반하는 비율이 높아, 뇌염과 함께 중증 호흡기 질환이 임상 양상에 나타날 수 있다.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명률(치사율)**은 평균 약 40
75% 범위로 매우 높으며, 발병한 지역과 바이러스 계통, 의료 대응 수준에 따라 편차가 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초기 유행 당시 치명률은 약 40%로 보고된 반면,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의 유행은 70% 이상에 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의료 시설 접근이 어려운 농촌 지역이나 병원 내 2차 감염이 겹친 상황에서는 **치명률이 90
100%**에 이른 사례도 있다. 한 예로 2018년 인도 케랄라주 유행에서는 환자 23명 중 21명이 사망하여 약 91%의 치명률을 보였다. 반면 적절한 격리치료와 집중치료가 이루어진 경우 일부 환자는 생존하기도 하며, 2019년 케랄라 사례처럼 초기에 발견되어 적극 치료한 환자가 완치된 예도 있다.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에서 후유증도 중요한 문제이다. 뇌염에서 회복된 생존자의 약 20% 가량은 지속적인 신경학적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흔한 후유증으로는 발작 재발, 만성 두통 및 피로, 성격 및 행동 변화 등이 있으며, 일부 환자는 회복 후 수주에서 수년이 지나 지연성 또는 재발성 뇌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재발성 뇌염 사례는 소수이지만 치명적일 수 있어, 니파 바이러스의 신경계 내 잔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장기 추적 관찰이 요구된다.
5. 진단 방법 및 치료법 (및 최근 연구 동향)
진단: 니파 바이러스 감염 초기 증상이 발열, 기침, 두통 등 특이성이 낮은 양상을 보여 다른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 여행력/노출력 확인과 함께 실험실 검사가 중요하다. 급성기(증상 발현 초기)에는 환자의 혈액, 뇌척수액(CSF), 인두 및 코 점액 면봉, 소변 등에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RT-PCR 검사가 주된 진단 방법이다. 발병 10~14일 이후부터 회복기에 접어든 시점에는 혈청 내 항체 검사(ELISA 등 면역검사나 중화항체 검사)를 통해 니파바이러스에 대한 IgG/IgM 항체를 확인함으로써 감염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다만 니파 바이러스는 최고 등급 생물안전 병원체(BSL-4)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취급하는 검사는 제한된 시설에서만 가능하므로, 환자 검체는 사전에 불활성화하여 분자진단을 시행하고 바이러스 분리나 중화시험은 특수 시설에서만 수행해야 한다. 현재 현장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나 신속항체검사 등 간이 진단키트는 없으며, WHO와 연구자들이 이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치료: 니파 바이러스에 대한 표준화된 특이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환자 치료는 주로 대증요법과 집중치료에 의존한다. 뇌염 및 호흡곤란 환자에게 적절한 산소 공급, 수액 및 전해질 균형 유지, 혈압 및 호흡 지원, 뇌부종 조절 등이 이루어지며, 발작이 있는 경우 항경련제 투여, 중증 호흡부전 시 기계환기 적용 등 중환자 치료 원칙에 따라 관리한다. 또한 환자의 격리와 의료진의 차단복 사용 등 감염관리 조치를 병행하여 추가 전파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니파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일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나 면역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유행 당시 몇몇 환자들에게 항바이러스제 리바비린을 투여한 시도가 있었는데, 환자군 규모가 작아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이후 인도 등지에서도 리바비린을 중증 환자에 사용한 사례 보고가 있으나, 혼합요법 등의 영향으로 명확한 효과는 불분명한 상태다. 한편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원숭이 실험에서 니파바이러스 방글라데시주(NiV-B)에 대해 노출 24시간 이내 투여 시 감염 예방 효과를 보이는 등 유망한 결과가 보고되었으며, 사람 환자에 대해서도 실험적 치료로 고려되고 있다. 그 외에 **파비피라비르(Favipiravir)**나 신생 합성뉴클레오시드 유도체(예: ALS-8112) 등 항바이러스 물질들이 세포 및 동물실험에서 니파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활성을 보여 연구 중이다.
니파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치료제로는 호주와 미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단일클론항체 m102.4*가 대표적이다. 이 항체는 니파 바이러스의 G glycoprotein(부착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여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부착하는 것을 차단하는데, 원숭이 감염실험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다. *m102.4 항체는 이미 임상 1상 시험을 완료하여 안전성이 평가되었으며, 아직 정식 승인은 받지 못했지만 긴급 상황에서 환자에게 동정적 사용*으로 투여가 가능하다. 2018년 인도 케랄라 유행 당시에도 노출된 고위험군에 이 항체 투여가 검토되었고, 이후 방글라데시 등에서 임상 적용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CEPI 등의 지원을 통해 *m102.4 외에 새로운 **단일클론항체 후보(MBP1F5)**가 개발되어, 2025년부터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인간 대상 임상시험(예방적 투여의 안전성 평가)이 계획되는 등 면역치료 분야의 연구도 활발하다.
6. 백신 개발 현황 (임상시험 포함)
현재 니파 바이러스 백신은 인간이나 동물용으로 공식 승인된 제품이 없다. 그러나 치명적인 니파 바이러스에 대비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협력하여 다양한 백신 후보들이 개발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니파를 우선 연구개발 대상병원체로 지정하고 백신 연구를 지원해 왔다.
가장 앞선 백신 후보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개발한 ChAdOx1 니파백신이 있다.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한 이 백신은 니파 바이러스 방글라데시 계통의 G단백질 면역원을 발현하도록 설계되었으며, 2024년 1월에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니파 백신 임상 1상 시험이 시작되었다. 총 18~55세 건강한 성인 51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하는 이 시험은 CEPI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전임상 연구에서 ChAdOx1 니파백신은 원숭이를 치사성 니파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결과를 보였으며, 향후 임상 2상, 3상을 거쳐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mRNA 백신 기술을 활용한 니파 백신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인도의 제약사 _Gennova Biopharma_는 CEPI의 자금 지원을 받아 자기증폭 RNA(saRNA) 기반 니파 백신을 개발 중이며, 2023년 전임상 단계에 있다. 미국과 호주의 연구진들도 니파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이용한 서브유닛 백신이나 생바이러스 벡터 백신 후보들을 개발하여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반응과 보호효과를 평가하고 있다. 다행히 헤니파바이러스속에 속한 다른 바이러스인 헨드라바이러스(말에서 발병)의 경우 이미 말 대상 상용화 백신이 호주에서 사용 중인데, 이 헨드라 백신이 니파 바이러스에도 교차보호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어 향후 인간용 니파 백신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임상시험 단계의 니파 백신 후보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지만, 니파 바이러스의 산발적 유행 특성 때문에 백신의 대규모 유효성 평가가 어렵다는 도전과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인체 면역대리표지자(immune correlate of protection)를 규명하여 소규모 임상으로도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한편으로는 고위험 지역(예: 방글라데시, 인도 일부 지역)의 주민이나 의료진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전에 실험백신을 접종해 보는 접근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여러 백신 연구가 성공하여 안전하고 효과적인 니파 백신이 개발된다면, 유행 지역 주민과 최전선 의료진을 보호하고 더 큰 범유행을 예방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7. WHO 및 각국의 방역 대응 현황
니파 바이러스는 비록 환자 발생 숫자는 적지만 치명률이 높고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있어 국제 공중보건 측면에서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WHO와 각국 보건 당국은 니파 바이러스 감시와 대응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니파 바이러스를 연구개발 우선순위 병원체로 지정하여 백신, 치료제, 진단법 개발을 독려하는 한편, 발생 국가에 대한 기술 지원과 지침 개발을 수행 중이다. 2023년 WHO는 **남아시아 지역 니파 바이러스 예방·통제 전략(2023–2030)**을 발표하여, 회원국들이 One Health 접근법 하에 인간 의료 부문과 동물 보건 부문이 협력하여 감염원을 통제하도록 장려하였다. WHO는 특히 방글라데시,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발생국가에 대해 매년 병원체 감시, 신속대응팀 구성, 실험실 역량 강화, 위험소통 등의 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니파 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WHO에 *국제보건규약(IHR)*에 따라 신고하도록 하여 국제적인 정보 공유와 협력을 이루고 있다. 또한 WHO는 현장 지침으로 환자 치료 및 감염통제 지침을 배포하고, 필요 시 현지에 전문가팀을 파견하여 역학조사와 기술자문을 제공한다.
방글라데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니파 바이러스가 반복 발생함에 따라 자국 질병통제연구소(IEDCR)를 중심으로 상시 감시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유행이 자주 발생하는 겨울철(12월~4월)에 대비하여 IEDCR은 병원들의 뇌염환자 보고를 강화하고, 각 지역 의료진을 대상으로 니파 의심사례 인지 교육을 실시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마을 단위로 야자수 수액 취급 자제 캠페인을 벌이고, 나무에 박쥐 접근을 막는 덮개를 설치하는 등의 원인 차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 현장대응팀이 파견되어 환자 격리치료, 접촉자 추적조사 및 검체 채취, 지역사회 위험 소통을 시행하며, 필요한 경우 학교 폐쇄나 이동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한다. 방글라데시는 WHO, CDC 등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해마다 유행 특성을 분석하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대응 역량을 향상시키고 있다.
인도의 경우, 과거 동부 서벵골뿐 아니라 남부 케랄라에서도 니파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표준 대응지침을 수립하였다. 인도 보건부는 니파 발생 시 환자 이송 병원 지정, 주별 신속대응팀 조직, 실험실 진단 인력 교육 등을 포함한 _국가 니파 바이러스 관리 지침_을 마련하여 주 정부와 의료기관에 배포하였다. 케랄라주는 2018년의 첫 유행을 성공적으로 차단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발생한 소규모 유행들에서도 신속한 봉쇄전략을 펼쳤다. 환자 발생 즉시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여, 확진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분류 및 격리하고, 수백 명에 달하는 접촉자들을 전수 검사하고 모니터링하였다. 또한 지역사회에는 마스크 착용과 손위생, 박쥐와의 접촉 피하기 등의 수칙을 적극 홍보하고, 루머나 공포 확산을 막기 위해 언론 브리핑을 통해 투명한 정보 공개를 시행하였다. 이러한 선제적 조치 덕분에 케랄라에서는 비교적 적은 추가 피해로 유행을 통제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1998~99년의 최초 유행 이후로는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동물 감시 및 농장 방역에 힘쓰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돼지농장 밀집 지역에 박쥐 서식지 환경 변화가 감시되고 있고, 돼지의 이상 질병 발생 시 니파 바이러스 검사가 시행되도록 하는 프로토콜이 마련되었다. 또한 과수 농장과 가축 사육지를 분리하고 축사 주변에 과일나무 식재를 피하도록 권고하는 등 환경 관리 조치가 취해졌다. 싱가포르는 돼지 수입 검역을 강화하고, 말레이시아와 공동으로 돼지 수송 시 박쥐 노출을 줄이기 위한 협의를 해오고 있다. 필리핀은 2014년 유행 후 말 도축 관리와 농장 내 과일박쥐 출몰 감시에 주력하고 있으며, 말 폐사 및 인간 뇌염 사례 발생 시 니파바이러스 검사를 위한 절차를 수립하였다.
국제적으로 CEPI, FAO, OIE(세계동물보건기구) 등 단체도 One Health 차원의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야생 박쥐 개체군에 대한 지속적인 바이러스 조사, 가축 백신 개발 연구, 지역 주민 대상 교육 등이 그 예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삼림파괴 등으로 인한 서식지 이동이 니파 바이러스의 지리적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하며, 주변국 및 전 세계가 방심하지 말고 대비책을 갖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니파 바이러스는 현재까지는 비교적 국지적 유행에 머물렀지만, 언제든 유전자 변이를 통해 더 효율적인 전파력을 갖출 잠재적 위험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연구와 감시, 국제 공조를 통한 선제적 대비가 중요하다.
참고 자료: 니파 바이러스에 관한 ECDC 팩트시트, WHO 및 보건 당국 보고서, 관련 최신 연구 문헌 등을 종합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