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는 날' 관행,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 가속화
'모시는 날' 관행이란 무엇인가?
'모시는 날'은 하급 공무원들이 상급자, 주로 국장이나 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을 뜻한다. 이 관행은 대부분 점심 식사 형태로 이루어지며, 일부 경우에는 저녁 식사나 술자리까지 이어진다.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6%가 '모시는 날'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44%는 최근 1년 내에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아직도 많은 공무원 사회에서 이러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무원들의 인식과 문제점
설문에 참여한 지방공무원 대다수는 '모시는 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69.2%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였으며, 이 중 44.7%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관행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68.9%에 달했다. 많은 응답자들이 '모시는 날'을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이 관행이 공직 사회를 떠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적 부담과 불합리한 지출
'모시는 날'은 하급 공무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팀에서 사비를 걷어 국·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팀 별로 사비를 걷는 경우가 55.6%였으며, 당일에 비용을 갹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는 경우도 21.5%에 이르렀다. 일부는 근무 기관의 재정을 편법·불법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는 공직 사회의 윤리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응답자 중 한 명은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며 불만을 표했고, 다른 응답자는 "월급 500만원 받는 상급자가 200만원 받는 청년 공무원들의 돈으로 점심을 먹는 상황이 이상하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젊은 공무원들의 생활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며, 결국 이들이 공직을 떠나는 원인이 된다.
비효율적인 업무와 시간 낭비
'모시는 날'은 단순한 식사 대접을 넘어 부서장들의 기호를 고려하고, 메뉴를 선택하며, 다른 팀과 겹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는 등의 추가적인 업무 부담을 초래한다. 한 응답자는 "부서장의 호불호, 제철 음식을 파악하고 다른 팀과 겹치지 않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이 아침 업무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또한, 식당을 예약하고 미리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정작 본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고충도 드러났다.
이러한 부차적인 업무는 공무원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중요한 업무를 소홀히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전체 공직 사회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 가속화
'모시는 날' 같은 전근대적 관행은 젊고 유능한 공무원들에게 큰 무력감을 안겨준다. 위성곤 의원은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앙부처 담당자들이 이러한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러한 부정적인 관행이 지속되면서 많은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경찰청, 보건소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이러한 관행이 비일비재하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 이는 공직 사회 전체에 걸친 문제임을 시사한다. '모시는 날'은 그저 부서 내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공무원들에게는 강제적이고 불합리한 의무로 인식되고 있다.
개선을 위한 제언
'모시는 날' 관행의 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하급 공무원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덜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급자들이 식사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거나, 아예 이러한 관행을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식적인 소통 기회를 늘리고, 비공식적인 강압적 문화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현대의 공직 사회는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부처는 각 부처와 기관의 현장을 면밀히 점검하고, '모시는 날'과 같은 전근대적 관행을 철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 공무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공직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